생존과 견딤 — 총성 너머, 후방에서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지나가는 행인한테 6.25 전쟁에 관하여 물어봤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는 싸움과 잔혹함이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 아무에게나 "전쟁"이라는 것에 관하여 물어봤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총을 들고 싸운 군인들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그 어떠한 매체에서도 역시 대부분 전투 장면을 중심으로 전쟁을 그려낸다. 시끄러운 총알 소리와 굉음의 폭탄 소리 등 치열한 전투 속에서 다투는 군인들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전쟁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깊게 파헤쳐 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전쟁이라는 사건은 단순히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발사하는 원초적인 교전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잔인함에서 비롯되는 참혹함만이 아닌, 전쟁은 그 나라 안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이 기사는 6.25전쟁을 단순히 패배와 승리의 역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전쟁이라는 큰 일 아래 버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바라보고자 한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전쟁터의 후방에서 사람들이 겪었던 배고픔과 자원의 부족함, 또한 그 속에서 이어나갔던 그 일상을 통해 전쟁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참전용사가 전쟁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기억
최근 6.25 전쟁 참전용사 두 분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참전용사 분들께 수많은 질문들을 물어봤지만 가장 머릿속에 남던 것은 바로 총성도 싸움도 아닌 배고픔이셨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쟁에 관해 얘기를 차차 진행하실 때 결핍이라는 주제는 결코 빠지지 않았다. 전쟁은 총알과 폭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사조차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 몇 번의 고통이 몇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잊혀지지 않으신 것 같다.
우린 보통 전쟁의 최전방 혹은 최전선에 있었다 하면 막막한 상황만 떠오를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의 책임감에 모자라 살아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총알이 날아오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평소 하던 고민들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사실 때문에 가끔 사람들은 후방의 전력을 부러워하곤 한다.
사실 후방은 생각하는 것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족했다.
"건빵 먹지, 커피 먹지, 그 다음에 빈집에 가서 막 뒤져서 먹지"
— 스스로 식량을 구할 수라도 있었다
정해진 배급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 말이 배급이지 사실상 매일을 굶으며 살아왔다
이처럼 전방과 후방은 서로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결국 모두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같이 싸워주지 못한다는 마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그 마음은 더욱 후방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매일 부상병들과 참혹한 식량 절단에, 전쟁은 단순히 전투의 승패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와 결핍을 남겼다.
이러한 증언은 역사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선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후방에 있던 민간인과 피난민들 역시 극심한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호주의 참전군인 노만 필의 증언에 따르면 겨울에 피난민들과 그 주변을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은 매우 비참하고 불쌍했으며, 피난민들에게는 한 끼의 음식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가장 큰 희망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전쟁 속 배고픔은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마저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고통이었다.
출처: 선교신문
전쟁은 민간인들이 후방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등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2020년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군번이나 계급 없이 민간인 신분으로 활동한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고 한다.
특히 열여섯 살 정도의 어린 여학생들까지 후방에서 군인들을 돕는 활동에 참여했으며, 부상병을 치료하거나 전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확한 규모를 숫자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전투의 숨은 공신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이들은 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버티고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6.25전쟁은 단순히 전방에서 총을 들고 싸운 사람들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전쟁은 전방의 군인들뿐 아니라 후방에서 살아가던 민간인들과 피난민들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누군가는 총을 들고 싸워야 했고, 누군가는 굶주림 속에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야 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결국 모두가 같은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전쟁은 단순히 서로 총을 쏘고 싸우는 충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쟁은 한 나라 전체가 겪게 되는 결핍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결핍은 단순히 배고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원의 부족, 불안한 일상, 그리고 평화로운 삶이 사라진 상태 모두가 전쟁이 남긴 결핍이다.
우리가 6.25전쟁을 기억할 때에는
전방에서 싸운 군인들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버티며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전쟁의 역사는 승리와 패배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견디고 버텨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